2010. 4. 30. 01:27
델리-레 구간 비행기를 탔다. 정말 비행기를 탔다. 이 곳은 공항이다.

그런데 풍경은 비행기를 타는 공항이 아니다.

일반적으로 비행기를 타려고 줄을 서면 앞뒤로는 말끔한 정장을 입은 아저씨들이 있어야 하는데,

여긴 양쪽에 짐이 가득하다. 심지어는 살아있는 닭을 나무가지로 엮은 공간에 넣어서..그걸 안고 비행기를 탄다.

어떤 이는 밀가루 한 포대를 등에 이고 탄다. 포대가 조금 터졌는지 아저씨 머리에는 하얀 눈이 소복하게 쌓였다.

그들은 그렇게 비행기를 탄다.

 힘이 부쳐 보이는 노승을 돕는 이가 한명도 없다. 다들 양손 가득 짐을 들고 있기 때문이다.

구지 많이 사람들이 보고 있는 그 가운데로 들어가서 보란듯이 노승을 돕고 싶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그냥 보고만 있을 수 도 없다.

그의 가방을 들어준다. 굳어 있던 그의 얼굴은 소년처럼 밝아졌다. 그의 자리는 2C, 몸이 불편한 그를 위해서 항공사가 배려를 했다.


자리에 앉았다.

델리가 매연이 심해서 인지 아니면 날이 흐린건지 분간하기 어려울정도의 풍경이 창 밖으로 보인다. 그리고 앞에 있는 지도를 본다.
 
아.. 이제 내가 한국을 떠나와 있다는 사실을 새삼스레 느낀다.

 내 옆자리에 두명의 개구장이 청년이 앉는다. 한 녀석은 군벌줄을 하고 있다. 우리 군번줄 처럼 적혀 있을까라는 호기심에 고개를 돌려 쳐다본다. 아무것도 적혀 있지 않다. 그냥 패션을 중시 하는 친구인가 보다.

잠시후 기내식이 나온다. 

물에 오랫동안 담겨져 있었을 듯한 도넛 모양의 식빵이 나온다. 그 위에는 매운 카레로 덮혀 있다. 배가 불러서 인지 몇번을 뒤집어 보더니 그냥 덮어 버린다.

시선을 돌린다. 창 밖으로 위엄 있는 히말라야가 보인다. 큰 병풍처럼 서 있는 이 녀석은 인도 평원과 명확한 경계를 이루고 있다. 자연의 위대함에 입을 다물 수 가 없다. 온통 눈 덮힌 산이다. 뾰족한 모습까지 그대로 드러나고 있어서 인지 산의 형태가 그대로 드러난다. 마치 지형도를 보고 있는 기분이다. 모험심 넘치는 어머니와 산을 좋아 하시는 아버지와 함께 오고 싶어졌다.


멍하게 있던 나의 기내식을 옆자리 청년이 수거해준다.

6월~9월까지만 육로통행이 가능하다고 한다. 지금 이 기간에는 비행기가 높이 날아서가 아니라 매몰되어서 도로가 보이지 않는다.

아! 드디어 마을이 보인다. 이 곳이 바로 레(Leh)다.

나무 한 그루 없으며 흙으로 지은 집들이 보인다. 산 정상에는 어김없이 곰파(tample)가 자리 잡고 있다. 물줄기는 찾아 볼 수 없다. 아. 저 멀리 아주 가는 형태의 물 줄기가 보인다. 정상의 눈이 녹아 생긴 것 같다.

이 얼마나 경이로운 모습인가..

주변은 온통 높은 설산으로 가득한데 이 곳 레에만 평지가 형성되어 있다. 이 곳 공항은 그 중에서도 가장 낮은 곺에 위치하고 있는데, 해발 3500m라고 하니 정말 보고 있으면서도 믿겨 지지 않는다. 공항은 활주로를 제외한 건물들은 잊혀져 가는 한국의 시골 간이역 수준이다.


 비행기에서 내리면 삼엄한 표정의 군인들이 경계하고 있다. 사진 조차도 못 찍게 하는데, 오늘날까지 이 곳은 중국과의 분쟁지역이라는 사실을 절실히 보여준다.

탑승객 대부분은 이 곳 주민으로 겨울 동안 농사가 불가능 하기 때문에 이 곳을 떠나 다른 곳에 있다가 이제야 점차 들어오고 있다. 그들의 양손에 곡식인 감자부터 DVD와 TV까지 들고 있다.

 Prepayed taxi 코너에 가서 챵스파를 가자고 한다. 170루피를 내라고 한다. 작은 봉고차에 짐을 싣는다. 

공항을 벗어나는 풍경은 아름다운 히말라야의 설산과 함께 차가운 소총을 메고 있는 군인들이 가득 채웠다.

대부분의 상점들은 문이 닫혀 있다. 두꺼운 금속재질이 모든 상점 입구를 막았다. 15분쯤 올라가니 챵스파이다. 

여름철에 얼마나 많은 이들이 이곳을 찾는지 많은 게스트 하우스들이 이를 증명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게스트하우스는 겨울 동안 문을 닫는다. 유일하게 샨티 게스트하우스가 배낭여행객을 맞이 한다. 우연히 헤매고 있는 내게 승복을 입은 젊은 승려를 만날 수 있었고 그에게 게스트하우스를 물었고 그는 이 곳으로 안내했다.

따스한 미소를 머금고 있는 주인과 친분이 있어 보인다.

예상 외로 방값이 비싸다. 하루이틀 머무는 것도 아닌데 어느정도 디스카운트 해달라고 살짝 말을 꺼낸다.

그러고는 너스레 좋게 크게 웃어본다. 주인 아들로 보이는 그도 덩달아 웃으며 기다려 보라고 한다. 그는 마당으로 나가더니 그의 아버지로 보이는 분께 묻는 듯하다. 결과적으로 성공했다.

방을 보여 달라고 한다. 히말라야 설산이 눈 앞에 보이는 멋진 방이다. 히터가 있는데 그는 히터를 사용하지 않기를 당부한다. 이 곳에서 가스값은 상당히 비싸다.


간단한 서류작성을 위해 거실로 오라고 한다. 전통 가옥의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이곳이 마음에 든다.

밀크티를 내어 온다. 그..표현할 수 없는 역함이 확 풍겨오지만 나는 금방 익숙해 져서 마치 어제까지 자연스레 마셔온 사람마냥 이 상황을 즐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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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Presidential timbe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