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45
정부청사 간이역에서 인청공항을 향하는 버스를 탄다.

명절인데 불구하고 꽤 많은 사람들이 있다. 배낭을 메고 있는 사람은 나 뿐인데, 대부분 대기자들은 어학연수를 가나보다. 몇명이 영어단어장을 꺼내보고 있다. 그리고 자신의 몸보다 큰 캐리어를 옆에 두고 있다.
'당신들은 도착하는 순간까지 영어를 놓지마. 도착하면 분명 레벨테스트를 거칠테니까.'
'그 레벨테스트는 무척 중요할거야. 연수기간동안 당신이 얼마나 성장할 지를 결정 짓는 중요한 출발점일테니까.'

버스 탑승 후 대덕IC를 벗어나는 것 조차 못보고 잠이 든다.
얼마나 잤을까. 기사님의 친절한 방송이 나온다. 이제 인천공항이다. 한 동안 눈이 많이 내렸나보다. 주변에는 인도밖으로 몰아놓은 눈덩이들이 가득하다.

아직 이른 아침인데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분주하게 움직인다. 마침 직장인들의 점심시간을 가르키는 12시가 된 듯하다. 그리고 그들은 그들의 목적지가 있는 게이트를 향한다. 


공항에는 많은 풍경이 있다. '공항에서 일주일을' -알랭 드 보통이 말했듯, 사람 한명 한명 쳐다보는 것이 즐겁다.

인도 도착후 국내선(DELHI-LEH)을 예매하지 못했다. 여러차례 타국가에서 국내선을 예매해 봤기때문에 처음 한두번 안되자, 단순히 카드상의 문제거나 사이트의 문제라고 판단해버렸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2층에 있는 카페로 간다. 그곳에서 다시 확인해보려 한다. 인도에는 수 많은 국내선 예매 사이트가 있지만 어떤 사이트에서는 인도에서 발급받은 카드만 결제 가능하다고 공시해놓았다.


잠시후 홍콩에 도착한다는 기내방송이 들린다.
주변에 짙은 구름이 잔득 꼈다. 비행기가 하강을 하자, 구름을 뚫고 멋진 풍경이 연출되기를 바랫지만 홍콩에는 비가 내리고 있다.

  피곤해도 이러진 말자..-_-;


22시 20분 비행기다. 아직 여섯시간 이상 남았다. 25게이트로 간다. 인도인의 특별한 터번이 보인다.

물론 힌두교도 이슬람교도 시크교도 모두가 터번을 착용하지만 모양이 조금씩 다르다. 경험이 부족한 나로써는 분간 할 수가 없다. 화려한 시크교도는 알아 볼 수 있다. 그들은 평생 머리를 깍지않기 때문에 유난히 큰 터번을 착용하기 때문이다.

 대체로 터번을 두른 이들이 풍채가 좋다. 인도인들의 손가락과 팔목엔 장신구로 가득하다.

비지니스클래스가 먼저  탑승한다. 잠시후 이코노미클래스 탑승차례가 온다. 나는 보통 마지막에 타는 버릇이 있다. 줄을 서 있을 바엔 그냥 구경하다가 마지막에 타고자 하는 심보이다. 티켓을 확인하는 직원이 갑자기 내 표룰 가져간다. 그리고는 미리 준비해온 표를 준다.
 이게 무슨일인가!! 이코노미클래스 67번 이던 내 좌석이 비지니스클래스 18번으로 둔갑해버렸다! 
어떤 이유로 내가 비지니스를 탈 수 있게 되었는지 아직 의문이다. 내가 캐세이퍼시픽을 자주 이용해서 인가? 분명 아닐거다. 방학마다 이용하지만 출장이 잦는 직장인을 상대로 어림도 없는 횟수이다. 그럼 비지니스클래스가 남아서 일까? 그럼 왜 나일까? 역시 아직 의문이다. 후에 친구 중에 항공사에 취직하는 녀석이 있다면 그녀석에서 물어봐야 겠다.

좌석이 넓다. 이륙전인데 키위쥬스가 제공된다. 처음 비지니스클래스 세계에 발을 놓은 사람이 아니라, 이런 상황이 결코 낯설지 않다는 모습을 보이기 위해 애써 태연한척 행동한다. 괜히 옆 좌석에 앉은 인도인의 품격이 느껴진다.

그가 말을 건다. 내 여권을 봤나보다. 한국인을 무척 좋아한다는 그의 말에 이어 내게 지나친 관심을 보인다. 여행 일정이 어떻게 되며 내 직업까지..

품격에 맞게 등을 의자에 바짝 붙이고는 키위쥬스를 마시면서 대답한다. 우선은 델리에 도착하면 레에 갈 예정이라고 한다. 그는 레를 알아듣지 못했다. 스리나가르 근처에 있는 레에 가려고 한다고 말하니 이제야 알아 듣는다. 자기도 가고 싶단다. 그는 중국 상해에서 일을 한다고 한다. 반갑다는 듯 내가 짧은 중국어로 말을 건냈지만..

그는 중국에서 영어를 사용하는 직장에서 일하는 사람인가 보다. 홍콩 출장을 마치고 고향가는 길이라 한다. 그러고는 레에 갔다가 시간이 나면 자신의 고향에도 방문하란다. 하지만 그가 말하는 지명은 내게 너무 낯설다. 하지만 후에 알게 되었지만 그가 말하는 곳이 '자이뿌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인도인이 말하는 지명과 외국인이 말하는 지명은 다소 차이가 있는 것 같다.

이제는 내가 질문 할 차례이다. 아직 레로 가는 국내선 항공을 예매하지 못했다. 델리 공항에 도착하면 국내선 티켓 구매가 가능한지 물어본다. 물론 가능하단다. 나는 미리 예매하지 못한 내 답답했던 사연을 하소연한다. 혹시라도 내가 레로 가는 티켓을 구하지 못하면 자기고향에 놀러가잔다. 고맙지만, 나는 레에 꼭 가야겠다.


비지니스클래스는 확실히 다르다. 메뉴판이 나온다. 끊이 없이 간식거리가 나오지만 먹는 얘긴 여기까지 해야겠다.

델리공항에 도착했다. 새벽 2시 30분,  어둡기만 한 이 곳이 무굴제국의 델리가 맞는지 의문스럽다. 아직 공항을 벗어나지도 않았는데 마치 전시 중인듯 단순히 경비가 아닌 흙색이 제복을 입은 무장 군인들이 곳곳을 지키고 있다.  

급히 물어 공항 밖에 위치한 Jetairways를 찾는다. 가는길이 쉽지가 않을 것 같다. 국내선 티켓이 없으면 내가 가고자 하는 곳으로 나갈 수 없다고 한다. 이때, 다행히 옆자리에 앉았던 인도인이 나를 위해 길을 열어 준다. 그는 재치가 있는 사람이다. 그의 밝은 웃음과 뛰어난 말주변으로 나를 가로 먹고 있던 경비원에게 미소를 심어 준다.
 어렵게 찾은 Jetairways, 지금 시각은 03:50.



일찍부터 출근한 그들은 나를 10분 더 기다려 달란다. 혹시나 비싼 요금을 책정하진 않을까라는 의구심에 따지지도 않고 얌전히 앉아서 기다린다. 하지만 30분이 지나도 그들은 일 할 생각을 하지 않는다. 눈치를 주고 싶은 마음에 그들 앞을 서성이지만 소용없다. 말끔히 유니폼을 차려 입은 이가 출근한다. 눈빛으로 이 상황을 호소해본다. 마침내  그들은 나를 부른다. 우선 사정을 설명한다. 한국에서 결제를 했으나 여전히 미매입상태로 남아있다고.. 혹시 탑승자명단에 내가 있는지 우선 알아봐달라고 한다.
 내 이름이 없다는 말에 오늘 레로 가고자 한다는 내 의사를 밝힌다. 자리가 없단다.

국제선 공항에 킹피셔가 있단다. 고맙다는 말은 빼먹지 않고 하고는 급히 다시 공항안으로 들어간다. 다시 공항에 들어가려면 티켓을 제시해야한다. 그렇지 않으면 공항입장요금을 따로 내야 한단다. 나는 조금전 도착한 케세이퍼시픽을 타고 왔고, 킹피셔에서 국내선 예매를 하고자 한다는 내 설명이 끝나기 전에 그는 들어가라며 나를 떠밀어준다. 내 표정이 다급하다는게 보였나보다.

온화한 킹피셔의 직원은 내게 안심이라는 커다란 선물을 준다. 그는 마지막까지 내게 친철을 베풀었다. 16830루피라는 왕복요금을 제시했다. 인터넷 예매에서는 그보다 훨씬 싼 가격이였지만 고민할 여지가 없었다. 하지만 카드결제가 안된다는 말에 맞은편 환전소에 환전하려고 Thomas cook을 찾았다. 10000루피에 240달러란다. 좀 못 미덥게 생겼지만 빠른 시간에 예매를 하고 국내선공항으로 가야하는 사정이기에 진행한다. 240 달러를 낸다.
 습관적으로 영수증을 달라고 한다. 그는 흔쾌히 영수증을 내게 주고,. 나는 그것을 받고 뒤돌아 선다. 웬걸..내가 받아야할 루피는 100500루피라고 적혀있다.  이 자식이 나를 상대로 500루피를 먹으려 한 것이다. 내가 돌아서서 따지려 하자 그제야  그 자식은 100루피를 세는척 한다. 그리고는 다섯장을 준다.. 하하하!

Kingfisheer에 가서는 티켓을 산다. 피곤함을 느낄 겨를이 없다. 이틀째 누워서 잠을 못자고 있다.
급히 국내선 무료셔틀을 타고 국내선 터미널로 간다. 10분 정도 지났을까 에어 인디아 고객은 내리라고 한다. 그리고 몇 분뒤 킹피셔. 젯에어어웨이 탑승객들이 내린다. 따로 내리기에 서로 다른 건물일거라 생각했는데, 1, 2층으로 이루어진 같은 건물이다.

비행기를 타기 위해 gate15로 간다. 달라이라마는 분명 아니겠지만 그 복장의 노승이 있다. 휠체어에 의지하고 있지만 그 눈매가 상당히 날카롭다. 대기실에 앉을 자리는 없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자릴 잡고 있었기 때문이다. 국내선에는 충분한 의자가 준비되어 있지 않았다. 한 모퉁이에 자리를 잡아 앉았다. 먼저 자릴 잡고 있던 Khite Bhuvan이라는 네팔 청년을 만난다. 서로 영어가 능숙하진 못했지만 금방 서로 친근함을 느낀다. 나이를 영어로 표현 할 수 없나보다. 그리고는 주민등록증 같은 것을 내게 보여준다. 그 신분증에는 '토피(topi)'라는 네팔 전통 모자를 쓰고 찍은 사진이 붙여있다. 신분증 사진에 모자를 썻다는 것이 문화가 다른 우리에게는 흥미로운 이야기다.
 웃어!


'- > 2' 카테고리의 다른 글

델리의 거짓말만하는 콧수염들  (0) 2011.05.08
레에서 델리로  (3) 2010.06.17
달라이라마  (6) 2010.05.25
고산병  (10) 2010.05.20
레(leh)에 오다.  (2) 2010.04.30
Posted by Presidential timbe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