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1. 18. 10:08

 

그때그날의 유행가가 들리지 않는 이 곳에서는 사람 사는 소리가 들린다.

반대편에서 걸어오는 사람마다 어김없이 내 얼굴을 뚫어지게 쳐다본다. 혹시 누구집 아들이 아닌가. 많이 컸구나. 이런 말들을 하고 싶으신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나는 그들이 생각하는 삼겹살집 아들도 아니고 박약국집 막내 아들도 아니다.

3년 전 부모님이 이 곳으로 귀촌하셨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이 곳이 고향 아닌 고향이 되었고 나는 한국으로 돌아오면 이 곳으로 온다.

목욕탕을 가면 나 빼고 다 아는 사이이다. 아주 오래전 우리 인간이 그랫듯 아무것도 가리지 않고 서로 안부 인사를 한다. 때로는 안부 인사를 생략하고 자식 걱정, 나라 걱정으로 대신한다. 모든 이야기가 시작되는 탈의실과 탕 가운데 위치하는 문은 사람들의 시선이 언제나 집중되는 곳이다. 이 곳에서는 교장선생님이 가장 존경받는 분이다. 교장선생님 안경은 뿌옇게 서리로 뒤덮혀서 앞도 제대로 안보일텐데 너도나도 교장선생님께 인사를 한다. 교장선생님은 소리만으로 과거에 학생이였던 그가 누군지 기억하고 계시는 것 같다.

그런 상황 속에서 괜히 나만 딴 곳을 쳐다본다. 나는 아는 사람도 없고 당연히 나를 알아 보는 사람도 없다. 어쨋든 지금은 고향이 되어버린 이 곳이 참 좋다. 

'动物园对面_#' 카테고리의 다른 글

贵州西江  (0) 2016.02.12
약장수  (0) 2016.01.25
갓바위 가는 새벽 5시 40분...  (0) 2016.01.17
하루  (0) 2015.11.29
강속구  (0) 2015.11.23
Posted by Presidential timbe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