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이틀 동안 비를 가득 머금은 회색 구름이 북경 하늘을 채운 덕분에 선선하다.
원래 하얀 국물 음식을 좋아하는데 자주 이런 음식을 찾는다. 북경에서 제대로 된 설렁탕을 먹기 위해서는 세차례 환승으로 1시간 정도 소요되는 왕징까지 가야한다. 그렇기 때문에 생긴것도 맛도 비슷한 마씨 양고기탕을 즐겨먹었다. 그동안 마씨 양고기탕 주인은 식당의 절반은 생선찜 요리, 절반은 양고기탕으로 구분하여 운영해왔는데 늘 많은 사람이 찾는 생선찜 요리에 주력하기로 결정한 이후 새로운 곳을 찾아야했다. 西直门에 있는 金汤玉线는 체인점이지만 하얀 닭고기 육수의 맛이 진하고 특히 잘 익은 酸菜가 상당히 맛있다.
이 곳으로 가는 길에는 北京展览馆이 있고 그 앞 넓은 광장에서는 늘 춤추는 사람들과 연 날리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米线을 주문하고 보니 먼저 옆 테이블에서 식사 중이던 4명의 청년이 한국사람이다. 여름방학을 통해서 중국 여행을 온 것 같다. 군대는 아직 다녀오지 않는 대학 1~2학년 정도 되어 보이고 모두 건장하다. 남자아이들끼리 모여있는데도 불구하고 고운 말만 사용했다. 더욱이 친근한 지역사투리가 들린다. 내가 나고 자란 곳 말은 아닌 것 같고 인근 울산 말투 같다. 얼마나 이 곳에 머물었지는 모르겠지만 그들이 이곳에서 느낀 것을 이야기 하고 있었다. 사회 경제 건축 다양한 분야에 관심이 많아보인다. 문득 생각 나는 사람이 있는데.. 울산 출신의 가영쌤은 현생 인류가 호주 대륙에 기존에 알고 있던 사실보다 더 이른 시기에 도착했다는 연구에 도움이 되었듯, 그들도 대학을 졸업하고 울산이든 아니든 그 지역의 자랑스런 인재로 성장할 것 같다.
그들은 주변 사람들이 그들의 말을 전혀 알아듣지도 못할 것인데도 불구하고 주변 사람을 가리킬 때도 여전히 바른 말을 사용했다. 내가 주문한 것을 보고 “저분도 우리랑 같은 것을 시켰다”는 그 청년의 말이 너무나 당연한 것이지만 가슴 속에서 묘한 따뜻함이 느껴지고 기억 한 구석에 과거 내가 잘못했던 행동이 떠올랐다.
건병장과 인도 여행 중에 식사 중 발을 식탁에 올린 현지인을 가리켜 고운말을 사용하지 않았었다. 옆에 앉아서 식사하던 4명이 나에게 큰 가르침을 주었다.
이들의 여행이 아직 얼마나 남았는지는 모르겠지만 중국에 있는 동안 좋은 경험 많이 하고 갔으면 좋겠다. 중국에 온 이후 한국에 대한 중국사람들의 호감, 중국에 대한 한국사람들의 호감이 급격히 떨어지는 경우를 많이 들어왔기 때문에 괜한 걱정이 앞선다.
멋진 대한의 청년들! 그대들은 나를 모르겠지만… 안녕!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