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은 했었다. 고향집에 가면 다른 누군가가 우리집에 있을거라는 사실을..

어색하게 인사를 하고 명절음식 준비를 시작하였다.

엄마는 나를 기다렸다는 듯이 이제 막 시작을 하셨다.

우리집은 이북에서 내려온 집안이라서 그런지 주변 친구들 집보단 조금 다른 제사상을 가진다.

물론 우리집과 비슷한 경우도 있더라.

명절에 메인 메뉴는 녹두빈대떡이다. 녹두를 벗겨 놓은 것은 수요가 적기 때문에 구하기도 힘들고 벗겨놓기가 까다롭기

때문에 가격도 이상할 정도로 비싸다.

그렇게 구한 녹두를 물에 불려 놓는다. 쌀도 조금 준비한다.

녹두를 믹서기로 갈아버린다.

그 넓은 통에 모두를 집에 넣고 숙주나물도 잘게 썰어 넣고, 고사리, 김치, 고추 도 잘게 썰어 넣는다.

마지막으로 다진 돼지고기도 넣는다.

지난 명절에 전 부칠 때 잘 으스러지는 경향이 있어서 이번에는 밀가루도 조금 넣는다.

이제 하루종일 쭈그리고 앉아서..전을 부친다.

옆에선 나물을 삶고 있고, 새우튀김도하고 산적꼬지도 감자튀김도 한다.

왜 한국제사상에는 온통 기름칠 가득한 음식뿐인 것일까..

어쩌면 1년 동안 기름칠 한 번 하기 힘들었던 어렵던 역사 속에서 명절 한 번쯤은 배에 기름칠 하라는 선조들의 깊은
 
뜻이 담겨있진않았으려나...

하지만 분명.. 명절 다음날에는 모두들 배탈이 났을 것이다.

삶은계란만을 먹으며 하던 배낭여행을 마치고 귀국을 하면..한동안 고기를 먹을 수 없었다.

그러면 화장실로 가기 바빳다. 분명 그런 상황이 발생했을 것이다.

브랜디라는 미국 친구는 일을 참 열심히 한다.

지금은 내 동생이 졸업한 고등학교 원어민 선생님으로 와있다.

엄마가 너무 잘해줘서 인지..아니면..이 아이가 세상에 대한 두려움이 없어서 인지..우리집에서 너무 편하게 지낸다.

내가 자식 서열에서 밀린듯한 기분까지 들게 만든다.

그래도 늘 명절이면 힘들어하던 엄마를 도와줘서 참 고맙다. 더군다나 나날이 성장하는 엄마아빠 영어실력이 보인다.

표창장이라도 만들어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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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Presidential timbe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