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4. 11. 19:36

모처럼 읽는 소설이 꽤나 재미있다. 비현실적이고 이상주의자이기도 한 내가 소설까지 좋아하면 안된다는 스스로에 대한 충고가 있어서인지는 알 수 없으나 연애소설이라면 더욱 멀리해왔다.
쉬는시간이다.
수업내용이 어려워서 이해하기가 힘들어서인지 쉬는 시간이 되자 화장실가는 일을, 혹은 담배 한 모금을 포기하고 대부분의 학생들이 그대로 책상에 쓰러진다.
선생님이 들어오시기 전까지 읽던 책의 내용이 몹시 궁금해서 펼친다.

이건PD
공진솔씨가 서로에 대해 조금 더 솔직해 졌으면 하는 찰나, 단순히 이건PD의 친구라 생각했던 애리씨와의 관계가 모호하게 드러난다.

강의실 입구에 앉았던 나는 사람들이 들어오고 나감에 따라 복도에 낮게 깔린 시원한 바람이 새어들어온다. 한 후배가 말을 건낸다.

"연애소설 재밌죠?"

"어? 아는 소설?"

"그거 한때 유명했던거예요. 읽진 않았지만.."

"하하.. 정말 재밌네요. 그나저나 연애소설만큼이나 요즘 연애가 재밌죠?"

이 후배는 요즘 우리 학과 후배랑 조금 어정쩡하지만 연인으로 발전되어 간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아..네?..네.."


다시 이건PD를 만나기 위해 고개를 숙인다. 옆자리 앉았던 후배 기태가 커피를 들고 온다.

"형 ! 드세요."

"하하. 고맙네. 다음엔 내가 살께!!!"



앞에 앉아있던 중국유학생이 점심을 굶었는지 과자 봉지를 요란하게 뜯는다. 힘겹게 내가 있는 방향으로 몸을 돌려 먹어보라는 시늉을 한다.

"그럼 하나만 먹을께요."

책에서는 이건PD와 공진솔씨가 마포대교 서쪽 방향으로 걷고 있다. 지금의 마포대교보다 5배 더 길었으면 하는 공진솔씨 마음이 예쁘다.
왠지 모르게 흐믓하게 웃으며 커피를 마시는데 그만 어눌한 내 왼손이 방향을 잃었는지 입 옆으로 커피를 흘려버린다.
기태 옆에 앉은 서울에서 매일같이 통학하는 선영씨가 그냥 웃는다.
부끄럽다. 짧은 쉬는 시간, 나는 두 예비 연인의 이야기에 빠져들 수는 없었지만 2년 전만해도 몹시 낯설었던 1407호 강의실에서 봄날의 햇살만큼이나 따스함을 느낀다.

'Archaeologist_#'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임시  (0) 2011.04.15
말을 위한 기도 - 이해인  (0) 2011.04.14
포항 스틸러스  (3) 2011.04.10
삽교호 작은 솟벌섬  (0) 2011.04.09
명반응  (0) 2011.04.07
Posted by Presidential timbe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