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공과금과 통신비는 따로 관리하는 카드가 있다. 처음 이 곳으로 이사오고 잔득 채워뒀는데 늘 에어컨을 켜두다보니 벌써 잔액 바닥이 보이기 시작했다. 마침 시장 가는 길에 잔고를 채워주러 ATM에 들렸다.
잔고를 확인하고 그동안 빠져나간 기록을 확인했다. 잊지않고 현금도 채워넣었다. 뭔가 싸늘한 느낌에 뒤돌아보니 기계 앞에서 어리버리 서 있는 내 뒷모습이 잔득 찍혔고.. 벽면에 배치된 화면에 적나란하게 등장했다.
아빠와 함께 온 한 아이는 내 뒷모습을 이유없이 지워줬고.. 그렇게 그에게 다가가는 그 모습도 찍혔고 아이는 이 사진 또한 지워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