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5. 20. 19:21
  일반적으로 이 곳 공항에 도착하면 심각한 고산병 증세를 느낀다고 하지만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아니 서서히 느껴지는 것 같다. 어제 밤 심한 두통으로 잠을 못잤다. 갑자기 할아버지가 된 느낌이다. 온 몸이 무겁다. 고산병을 예방하려면 씻으면 안된다고 들었다. 그래서 안씻었다. 겨우 이는 닦았다. 이 곳 겨울은 물이 나오지 않는다. 그래서 하천으로 부터  물을 끌어와서 사용한다. 그래서 인지 숙소에 마련된 거대한 물통에는 물과 함께 옮겨진 낙엽이 가득하다.
 양말을 신으려고 허리를 굽히면 심한 두통을 느낀다. 이게 고산병인가 싶다. 고산병이 심하면 폐에 물이 찬다고 했던가..어쨋든 이런저런 별 소리를 다 들어봤기에 두려움이 조금 있지만 사람이 쉽게 죽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기에 문제없다. 어제만 해도 나는 정말 훌륭한 체력을 가졌다며..뿌듯해했던 사실이 민망해진다.
 어렵게 몸을 일으켜서 레 시내를 향한다. 숙소가 위치한 챵스파가 조금 외곽에 위치하고 있으므로 레 시내까지는 거리가 꽤 된다. 마을 대부분에는 사람이 살지 않는 듯하다. 길에서 만난 이들은 사람이 아니고, 소, 당나귀 그리고 뼈가 보이듯한 개들 뿐이다. 그 덕에 길에는 이녀석들의 배설이 가득하다.
 운치 좋은 돌담을 따라 걷는다. 승려를 만난다. 그는 이방인인 나를 보자, '쥴래'라고 인사를 먼저 권한다. '쥴래'는 라다크어로 '안녕'이라는 뜻이다. 기분이 늘 좋아보이는 레의 사람들은 '쥴래쥴래쥴래'를 반복한다. 한층 더 정겨워 보이는 풍경이다.
 
  길 위에서 축구공을 가지고 노는 아이들을 만난다.
 이른 아침 학교를 가야 할 시간인데 , 이 아이들은 다음달부터 학교를 간다고 한다. 12월~3월까지 방학이다.
해발3000m가 넘는 이 곳에 여름방학도 있을까라는 의문이 생겼다. 보름보다는 길고 한달보다는 짧은 여름방학이 존재 한다고 한다. 아이들과 장난을 쳐 본다.
 
 길에서 만난 사람들은 모두 내게 인사를 건낸다. 골목길을 따라가다 만난 빵집에서 주린 배를 채우기에 적당한 묵직한 빵 2개를 10루피에 샀다. 인자함이 넘치는 빵집 주인 아저씨 덕분에 레 왕궁으로 가는 지름길을 알게 되었고 그 길을 따라 문명 처음 시작되었을때 생성되었을 듯한 그 길을 따라 오른다. 이미 페허가 되어버린 레 왕궁은 모든 레의 풍경을 한 눈에 바라볼 수 있는 높은 곳에 위치하고 있다. 한걸음 한걸음이 힘들다. 머리가 깨질 것 같다. 이런 두통은 처음이다. 한걸음 오르고 쉬고를 반복한다.


  뒤에서 관광객으로 보이는 두사람에게 추월당했다. 그들은 형식적인 질문으로 시작을 한다. 어느나라 사람인가? 이전 여행지는 어디인가 등등..
 이 곳 레에 도착 직후 무얼했냐고 묻는다. 물론 나는 신나게 돌아다녔지..
그들은 깜짝놀란다.  도착한후에는 저녁에 도착을 하든 아침에 도착을하든 푹쉬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들 역시 어제 도착 했지만 직전까지 14시간을 넘게 잤다고 한다. 델리에서 연말에 행사가 있는 것을 아냐고 묻는다. 
 아! 그떄 델리 공항에서 스쳐 지나간 포스터가 생각났다! 10월쯤에 올림픽 비슷한 무언가가 홍보되고 있었다.
얼핏 아는 척을 했는데 그 친구는 무척이나 반가워한다. 그리고는 자신의 명함을 건낸다. 포스터에서 본 그 문양이 명함의 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그들은 내가 인도를 오랫동안 여행하기를 바랫다. 나는 다음달이면 한국에 돌아가지만 기회가 된다면 그 시기에 맞춰서 델리를 찾고 싶다고 말했다.

 레 왕궁을 뒤로 하고 내려온 중심가에는 사람들이 가득하다. 삼색의 러시아 국기를 가슴에 달고 다니는 국가대표(?)들도 보인다. 이들은 3명씩 뭉쳐서 다닌다. 시골 장터 모습을 우연히 카메라에 담으려 하는데 모두들 찍어달라고 한다. 그리고는 그들의 모습을 보여주니 너무 좋아한다. 아몬드와 땅콩같으면서도 조금 작은 것들, 그리고 말려놓은 다양한 것들을 한 줌 집어 주신다. 그러고는 주머니에 넣으란다. 그리고는 또 주신다.

하루를 굶었다. 고산증은 식욕을 없애주는 최고의 다이어트 상품인것 같다. 어떤것도 먹고 싶지 않다. 그래도 혹시 고산병이 사라지면 갑자기 배고파질 수 있기 때문에 과일쥬스도 사고 간식을 산다. 이 곳 물가는 상당히 비싸다. 여행자들이 식사를 할 만한 식당도 없다. 겨울에는 전부 문을 닫기 때문이다. 숙소로 돌아오는길, 하루종일 걸어도 문제없는 체력을 자랑하는 나지만 또 쉬어야만 할 것 같다. 쭈그리고 앉았다. 마침 병원 앞이다. 이곳에 유일한 병원.
 병원에서 막 나온 기분 좋아보이는 아저씨는 냉큼 내게 관심을 가진다. 한국에서 왔다. 한국을 아냐고 묻지만 이 분도 한국을 모른다. 하지만 국적이 뭐가 중요하겠는가. 이 곳에서는 모두가 친구이다. 이 분도 내가 신기했는지 쉽게 자리를 뜨질 않는다. 그리고는 차를 타고 갈 길을 가신다. 혹시 차를 멈춰 숙소까지 태워준다고 권하길 조금 바랫던 것은 사실이다.. 그냥 가신다. 바쁘신가 보다. 숙소에 도착한 후 심한 고산 증세로 그대로 기절해 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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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Presidential timbe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