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3. 26. 12:00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오면 받질 않는데, 집요하게 울리는 전화벨에 굴복을 하고 받아본다.

"너 어디야?! 연천이야?!"

무턱대고 나한테 반말 하는 너 놈은 누구냐..........


아..정겨운 목소리 한하사가 아닌가!!

"필승!ㅋㅋ 무슨일이야?! 왠 연천? 나 학교다니는.."

07년에 전역한 나를 아직 기억해 주고 있다.

더군다나 나의 관심사 까지 기억하고 있다.

임진강 주변 고구려 무덤이 대거 발견 됐단다. 그래서 내가 연천에 와 있을거라 생각했단다.

상세한 위치까지 설명해 준다.

아........매일같이 3소대 가던 길인데! 왕징면 강내리!!!

주변엔 율무밭이 가득하다. 강내리, 삼곶리, 적거리에는 온통 율무밭이다.

당시 율무라는 녀석이 얼마나 키가 크고 대접을 받았던지...반면, 비슷한 사이즈의 더 튼튼한 '돼지풀'은 중공군
군화에 의해 운반된 외래식물이다. 그 덕에 전방 군인들에게 번거로움을 선물하는 녀석이다. 이 녀석은 줄기가

가늘때 제거하지 않으면 금새 나무만큼이나 튼튼한 줄기를 갖는다. 그러니, 언제나 이 녀석은 군인의 적이였다.


 현재 28사단 태풍전망대 근처에 위치한 강내리는 급격히 방향을 전환한 임진강 덕에 주변이 강으로 둘러 쌓였

다.

그래서 여름에는 범람이 잘되는 지역이다. 물론 주변에 이미 확인된 고구려 유적이 꽤 있다.


 나는 심리전단에서 2년동안 복무를 했는데, 정보부대라는 특성 때문인지 간부들의 이동이 활발하지 않았다.

그 덕에 적잖은 시간이 지난 오늘날까지 내가 지냈던 수많은 전방 지역 기지에는 친근한 얼굴들이 그 자릴 여전

히 지키고 있다. 본부가 있던 용산은 많이 변화가 있었지만 철원 연천 파주 김포 지역은 크게 변하지 않은 것 같

다. 전화 온 한하사는 내가 상병 시절 우리 부대로 임관 후 처음 배정받았다. 나랑 동갑이였고 정이 많은 사람이

였다. 부대 특성상 함께 할 시간이 유난히 많았고, 나 역시 먼저 전역해 버린 김중사의 허전함을 채우기에 좋았

다. 그 김중사는 지금 호주에서 방황 중이다.

 한하사는 현재까지 부대를 지키고 있는 사람을 소개 해주었다. 아.. UDT 이상사님도 아직 계시구나!

강인함 그 자체였던 이상사는 내게 군인으로써 동경의 대상이였고 이상사님의 사모님 역시 군생활 동안 내게

너무 많은 은혜를 베풀어주셨다. 맨손으로 뱀 대가리(?)를 부숴버리던 그 모습 여전히 잊지 못하고 있다.


내 복무 부대는 심리전부대로, 육군 공군 해군 해병이 함께 군생활하는 곳이였다.

자부심 강한 우리 대원들은 전역 이후도 군 이야기를 즐기고 있다.

보안문제로 인터넷에는 많은 정보가 없는 것 같다. 단순히 전단에 관한 이야기 뿐이다.


 오랜시간 동안 전쟁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해 왔던 심리전은 내게 또한 군생활의 자부심을 안겨주었다.

조만간 찾아뵈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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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Presidential timber:D